B2B 영업 과정에 숨어서 영업을 더 힘들게 만들거나 판매 기회를 사라지게 만드는 고객의 숨은 마음 (영업 마찰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고객의 구매 마찰력은 B2B 영업에만 있는 장애물은 아닙니다. B2C 영업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죠. 오늘은 자동차 구매자의 마찰력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동차 구매 과정을 좋아하는 이들은 보기 힘듭니다. 왜 그럴까요? 구매 과정에서 만나는 판매에만 진심인 영업 사원, 자동차 제조사의 매출 극대화 전략이 녹아있는 복잡한 구매 프로세스 및 사회적으로 학습된 경험과 소문에 의한 부정적 선입견 (자동차 영업 사원은 믿지 마라! OOO 판매 단지는 조폭 같다 등)이 소비자의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간단한 예를 보죠. 자동차 기업은 한 번의 의사결정으로 차를 구매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죠. 구매자는 여러 가지 선택을 차례로 내려야 합니다. 먼저 자동차 모델을 선택한 후에 엔진 방식과 출력을 결정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자율 주행 등의 안전 장치, 시트 소재 같은 인테리어 그리고 스피커, 통풍 시트 같은 편의 사항을 선택합니다. 자동차 회사가 워낙 정교하게 판매 구성을 해 놓은 덕분에 불필요한 항목을 구매해야 할 경우도 많습니다. 음악을 좋아해서 스피커만 추가하고 싶은데 울며 겨자 먹기로 네비게이션도 같이 사게 만드는 경우이죠. 그 많은 옵션을 결정하고 나면 결제방식과 보증기간을 선택해야 합니다, 리스로 할 것인지, 현금 구매로 할 것인지? 회사 입장에서는 매우 합리적 선택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찜찜하죠.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 영역 진출에 반대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법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치킨, 분식, 커피 프렌차이즈(물론 별다방처럼 예외는 있지만) 처럼 암묵적으로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영역이 꽤 됩니다. 중고차 판매 사업도 그런 대상이었지만 얼마 전 현대기아차 등 제조사가 중고차 판매 사업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많은 소비자가 찬성한 것이 자동차 소비자의 정서적 마찰력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제조사 욕을 많이 하지만 중고차 판매상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느끼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 한 해 판매된 자동차 수 (2023년 173만 5천대)로 계산하면 영업 사원 1인당 월 평균 5대 정도를 판매한다고 하죠. 해마다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미국은 월 평균 약 10대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2017년에 월 평균 132대 (평균 데이터의 13.2배), 일 년 동안 무려 1,582대를 판매한 사람이 있습니다. 쉐보레 자동차 영업 사원인 알리 리다입니다. 많은 신문과 방송에서 기사를 내보면서 유명인이 되었죠.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 판매왕 기사를 가끔 접합니다. 그들의 판매 비결을 보면 거의 대동소이 합니다 - 장기간의 꾸준한 고객 관리와 성실함 그리고 이를 통한 고객 신뢰 확보 등이죠. 아주 좋은 이야기이기는 한데 "성과 좋은 판매 사원이 되려면 장기간의 고객 관리와 성실함이 필수 조건인가?" 라는 궁금증이 듭니다.
알리리다의 고객 대응 방법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오랜 기간 쌓아 온 고객 관계와 신뢰가 없어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의 인터뷰를 보면 44년 간 유지된 기록을 깨고 세계 최고의 판매왕이 된 비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알리 리다 인터뷰에서:
“저의 원칙은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자문이 되는 겁니다. 고객이 원하든 것을 찾아내고 도와주는데 중점을 맞춥니다. 즉, 저의 관심사는 무엇이 고객에게 최선인가를 파악하는데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쉐보레가 아닌 포드 자동차가 더 적합하니 길 아래 포드 매장에 가보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고객이 더 높은 할인율을 받도록 혹은 어느 모델의 가격이 하락할 때까지 몇 달 더 기다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아예 차를 사지 말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세일즈’를 시작하는 순간 저는 고객을 잃게 됩니다.”
알리리다는 자신을 '영업 사원'이 '고객의 구매 자문'으로 정하고 있죠. 그가 “자기가 영업을 하는 순간 고객이 떠난다”고 말하는 이유이죠. 우리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경쟁사 제품을 추천하고, 오늘 계약서를 쓸 수 있는 고객에게 두 달 후에 다시 오라고 하는 것은 '세일즈 마인드' 로 충만한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어리석어 보이는 이 행동이 고객의 정서적 마찰력 - 저 영업 사원 말만 믿었다가 덤터기 쓰는 것 아닐까?, 앞 서 방문한 매장에서는 다음 달에 더 큰 할인 프로모션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이 사람은 없다네, 내가 호구로 보이나? 혹은 굳이 이 사람에게서 차를 사야할까? -을 줄여주는 것이죠.
알리리다의 이런 행동이 자동차 구매 과정의 불신 즉, 고객의 정서적 마찰력을 없애면서 고객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것이죠. 바로 이 부분이 많은 영업 이론이 강조하는 고객의 신뢰를 얻고 충성도를 높이는 지점입니다. 알리리다가 다른 영업 사원보다 엄청 말을 잘하거나 BTS 멤버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13배 정도 많은 판매를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바로 아시겠죠^^.
짧은 순간 단 몇 마디만 나누었지만 고객을 배려하는 태도를 통해 처음 만나는 고객도 마음을 열고 계약을 하게 만드는 것이죠. 알리리다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또 다른 사실은 고객의 구매 마찰력을 줄이고 신뢰를 얻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수 조건은 아니란 점입니다.
그와 거래를 해 본 고객이 알리리다만 고집하는 것도 그의 놀라운 판매량을 가능케 하는 이유입니다. 알리리다를 아는 이들은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에게 누구를 추천할까요? 실제로 많은 고객이 매장을 들어서면서 "Who is 알리리다!"를 외친다고 합니다. 이것이 고객 신뢰를 얻어야 하는 이유이죠.
시장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경쟁이 심해지는 제품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고객 중심 영업' 전략을 채택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이나 실행 방식을 들여다 보면 아직도 고객 이해와 문제 해결 그리고 이를 통한 고객 신뢰보다 더 빠른 판매를 위해 자사의 제품, 기능과 장점을 앞세우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리리다의 영업 방법(?)이 좋은 힌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가망고객 & 영업기회 발굴 극대화를 위한 B2B 영업 전략과 실행 모델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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